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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

충무로와 을지로: 이름에 숨겨진 역사 이야기

by ţŠ2025.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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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에서 가장 힙한거리로 꼽히는 곳이 있다면 단연 을지로와 충무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멋진 카페와 개성 넘치는 가게, 그리고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은 요즘 나들이 명소로도 인기입니다. 그런데 이 두 거리의 이름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흥미로운 역사와 사연이 숨어 있다는 사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알아봅니다.

 

 

□ 일제강점기, 혼마치와 황금정의 시대

지금은 서울의 상징 같은 이름이지만, 충무로와 을지로는 원래 일본식 지명에서 시작됐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명동과 충무로 일대는 혼마치(本町, 본정)’라 불렸고, 을지로는 황금정(黃金町)’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혼마치는 으뜸가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며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실제로 이곳은 오늘날의 여의도처럼 금융과 경제의 심장부였죠.

 

을지로 역시 자연 발생적인 전통 지명이 사라지고, 일본식 도시계획에 따라 황금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일제는 서울의 중심부를 자신들의 방식대로 재구성하며, 일본식 지명을 남겼습니다.

 

 

□ 해방과 함께 찾아온 이름의 변화

1945년 해방과 동시에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일본식 지명을 우리식으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행정상의 변화가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과 정기를 되찾는 상징적인 작업이었죠.

 

충무로(이순신 장군의 이름으로 일본의 기를 꺾다)

충무로라는 이름은 조선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시호 충무공(忠武公)’에서 따왔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을 물리친 민족의 영웅으로, 그의 이름을 빌려 일본인들이 장악했던 혼마치의 기운을 누르고자 했던 것입니다. 특히 충무로 일대는 이순신 장군의 출생지로 알려진 건천동과도 인연이 깊어, 이 지역의 역사성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충무로(이미지.국사편찬위원회)

 

을지로(중국의 기를 꺾은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

을지로는 해방 전후 중국인 화교들이 모여 살며 차이나타운이 형성됐던 곳입니다. 정부는 이 지역에 우리 민족의 영웅,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을지문덕 장군은 살수대첩에서 중국 수나라 대군을 물리친 인물로, 중국의 기세를 꺾고 민족정기를 세우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인천보다 먼저 을지로에 차이나타운이 들어섰다는 사실도 이색적이죠.

일제강점기 을지로(이미지.국사편찬위원회)

 

□ 이름에 담긴 도시의 흔적과 상징

이처럼 충무로와 을지로의 이름은 단순한 도로명이 아니라, 일제와 외세의 흔적을 지우고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되살리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두 지역 모두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도시가 재편되면서, 자연스럽게 도로명이 동네 전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충무로는 영화와 인쇄, 예술의 거리로, 을지로는 오래된 공업소와 세운상가, 그리고 힙지로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젊은 세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이름들에는 해방의 기쁨과,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으려 했던 선조들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다음에 충무로나 을지로를 걷게 된다면, 그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낯설었던 동네가 어느새 더 가까워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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